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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 과학자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by 글쓰는 디자이너 2023.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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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쿤의 저작인 <과학혁명의 구조>는 패러다임의 구조에 대해서 다룹니다. 패러다임이라는 말은 이 책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패러다임이란 무엇일까요? 

토마스쿤-과학혁명의-구조-책
과학혁명의 구조

#1 <과학혁명의 구조> 줄거리

토마스 쿤의 도발적인 생각은 과학이 점진적인 진보의 방식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교체라고 하는 급진적인 '혁명'에 의해서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과학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구조는 천동설이 점차 발전해서 지동설로 이전한 것이 아닙니다. 천동설을 '정상과학'으로 하는 패러다임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천동설로는 설명되지 않는 모순들을 해소해 나가려는 노력이 수없이 전개됩니다. 

 

그러나 천동설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어떤 모순들이 점차 누적된 끝에 정상과학을 파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이론을 가져다 설명하려는 어떤 '균열'이 일어나게 되고 그 균열은 갈릴레이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중요한 점은 모든 모순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지동설'이라는 이론이 등장한 후에도 기존의 정상과학을 옹호하던 과학자들은 절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동설은 기존 과학자들의 거의 '감정적인' 수준에 가까운 공격을 받아내야 하고, 그것이 갈릴레이 시대에는 더 심각해 종교재판에서 화형에 처하게 될 위기까지 갔던 것을 기억해 봅시다. 점차 기존의 이론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없는 새로운 과학자들이 학계에 등장하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과학혁명이 일어나게 됩니다.

 

거의 모든 과학혁명의 구조는 이와 같이 발생합니다. 우리는 빛이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점을 알기 전까지 빛의 매질인 '에테르'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수많은 정상과학이 세워져 왔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기존의 뉴턴역학의 전제사실들을 파괴하는 것이기에 절대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아인슈타인 스스로도 뉴턴역학을 깨고 상대성이론의 새 지평을 연 과학혁명의 기수였던 동시에 정상과학을 지키는 '노병' 중 하나였다는 점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과학혁명을 일으켰지만 바로 그다음의 과학혁명인 양자역학의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인슈타인의 기존 패러다임에 대한 옹호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아인슈타인은 죽기 직전까지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4가지 힘의 통합장 이론을 연구하다 사망했습니다.

 

과학의 발전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과학혁명이 일어나는 방식은 거의 대부분 기존의 주류 학자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이론으로 무장한 신진학자들이 그 주류학자들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일어납니다. 아무리 그럴듯한 이론이 등장하더라도, 심지어 아인슈타인과 같이 과학혁명을 주도했던 학자라도 기존 패러다임의 주류 학자가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새로운 과학혁명에 가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하나라고 불리던 뉴턴이 지금까지 살아서 주류과학계를 주름잡고 있었다면 어쩌면 상대성이론이니 양자역학이니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패러다임의 교체는 필연적으로 그 구성원, 주류 과학자들의 교체를 의미합니다.

 

#2 <과학혁명의 구조>를 읽고

과학혁명의 구조는 한 개인의 인식 구조와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 구조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과학적 방법론에 있어서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혁명'과 같은 방법론은 소위 '유행'이 지난 모양이지만 이 책은 그와 같은 철학적 논쟁 이전에 인문학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때 과학계의 거장이었던 주류 과학자들이 이미 철 지난 '정상과학'을 옹호하면서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에테르'를 옹호하기 위해 온갖 억지 이론들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사실 드라마 '지옥'에서 화살촉들이 '신의 의도'에 모든 사회현상을 끼워 맞추는 현상과 그 본질이 다르지 않습니다. 심리학에서 자신의 믿고 싶은 것만 보는 이러한 현상을 '인지적 부조화의 해소'라고 합니다.

 

우리가 과학혁명이 구조를 통해서 깨달아야 할 점은 자신이 만든 세계관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세계관을 벗어나는 모든 '모순'들을 자신의 세계관으로 억지로 끼워 맞춰 해석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그것이 가장 '객관성'을 담보한다고 여겨지는 자연과학에서 조차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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